서 론
동물의 장은 크게 소장, 대장, 직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음식의 소화 및 영양분 흡수는 주로 소장에서 일어난다. 소장은 다시 십이지장과 공장, 회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먹이를 소화하고 소화한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능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세균, 기생충, 독소)을 체내로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의 기능들은 장의 표면에서 단일 층을 이루는 장 상피세포들에 의해 나타난다[1]. 장 상피세포에는 흡수 세포인 장 세포(영양분 흡수)와 분비세포인 장내 분비 세포(호르몬 분비), 잔 세포(점액 분비), 술 세포(항 기생충 면역), 파네스 세포(항균 펩타이드 분비)가 있으며, 이 세포들은 모두 장 선와 바닥에 존재하는 장 상피 줄기세포에서 유래한다[2]. 파네스 세포를 제외한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장 상피세포들은 내강을 향해 이동하여 융모를 구성하며, 파네스 세포는 선와에 남아 줄기세포의 분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3].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조류 종의 경우, 파네스 세포가 융모에서 발견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4]. 가축의 장 상피에 대한 연구는 곧 가축 사료 효율 및 증체량에 직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가축들의 장 상피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돼지의 intestinal porcine epithelial cell lines(IPEC-J2)과 같은 불멸화 세포주나 장 조직에서 갓 얻은 세포를 바로 배양하는 일차 세포 배양법을 사용했지만, 세포주의 경우 불멸화를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이기 때문에 실제 조직의 기능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하며[5], 일차 세포는 세포주보다 실제 조직의 특징을 잘 나타내지만, 배양 과정이 복잡하고, 3–5일이면 탈각이 일어나는 장 상피의 특성상 장기 실험이 불가능하다. 최근 이러한 실험적 한계를 가축 장 오가노이드 개발을 통해 극복했다.
오가노이드란 생체 외 실험에서 장기의 구조 및 기능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해 설계된 3차원 형태의 구조체이다[6]. 장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과 같이 단층의 장 상피세포들이 빈 공간인 내강을 형성하고, 융모와 선와 구조가 생성되며, 장의 주요 기능인 영양분 흡수 및 장 장벽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장 오가노이드의 배양 시스템은 Lgr5 + 장 상피 줄기세포의 분화와 관련된 신호 전달 경로가 밝혀진 후 인간과 쥐에서 처음 개발되었다[7]. 오가노이드가 개발되기 전 사용한 생체 외 모델인 불멸화 세포주 배양과 일차 세포 배양법은 여러 종의 동물들에게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에 대한 생체 외 실험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동물의 장 오가노이드가 개발되었고, 현재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농장 동물들의 장 오가노이드가 개발됨에 따라 가축 종의 장 상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가축의 소화기 질병, 영양 흡수 문제 등 건강 문제에 대응할 수 있고, 소화기 기능 및 면역 시스템의 이해를 높여 적절한 사료 및 영양 공급을 통해 가축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 등 축산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논문은 가축 산업에서 주요한 동물인 돼지, 닭, 소를 비롯해 여러 가축 동물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의 발전과 이를 활용한 연구를 살펴본다.
돼지 장 오가노이드
돼지의 경우, 그동안 IPEC-J2라는 불멸화 세포주를 이용해 장 장벽 기능과 영양분의 수송을 측정하고, 여러 곰팡이 독소가 미치는 영향, 다양한 미생물 및 병균과의 상호작용 등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8–10]. 그러나 이 세포주에는 MUC2를 제어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부족해 실제 돼지의 장 환경을 완전히 대변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가축 장 연구에 더 적합한 생체 외 모델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5].
돼지 장 오가노이드는 2013년 Gonzalez et al.[11]이 돼지의 공장 조직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며, 이후 다른 장 조직에서 추출한 오가노이드가 확립되었다[11,12]. 또한 냉동보존된 조직에서의 장 오가노이드 배양법과 장 오가노이드의 2D 배양법 등 여러 기술들이 개발되었으며, 현재 다양한 연구의 생체 외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13].
돼지 농가에서는 현재 많은 돼지 소화기 질병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질병들의 여러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먼저 바이러스에 대해서 돼지 유행성 설사의 병원체인 돼지 유행성 설사병 바이러스가 다양한 장 오가노이드에 감염되고, 감염 초기에 인터페론의 생산을 억제하며, 결장보다 회장을 먼저 감염시키는 것을 확인했다[14]. 그리고 돼지 델타 코로나 바이러스(PDCoV)가 Notch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술잔 세포의 수와 MUC2의 발현을 크게 감소시키고, 장 장벽을 파괴하는 것을 알아냈다[15]. 또한, 돼지 전염성 위장염 바이러스는 Wnt/β-catenin 경로를 활성화해 소장 상피 줄기세포의 자기 재생을 촉발한다는 것을 밝혔다[16]. 앞선 돼지 코로나바이러스들의 생체 외 연구를 위해 오가노이드 장기 배양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17]. 그 외에도 돼지 장 오가노이드가 다른 바이러스를 연구하기에 유망한 모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18].
장 오가노이드는 바이러스 연구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및 진균 연구에도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가축에서 흔히 발생하는 병균인 살모넬라종을 장 오가노이드에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19]. 다른 예로 대표적인 장내 병원균인 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는데, 장독소에 노출된 장 오가노이드에서 부종이 발생하고 인터루킨 8 분비가 상향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20]. 이는 실제 소장 상피에서 발생하는 반응과 유사하다. 또한, 콜레라독소에 대한 생리학적 반응 연구에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대표적인 곰팡이 독소인 데옥시니발레놀이 Wnt/β-catenin 신호전달 경로를 하향 조절해 장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장 오가노이드를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21,22]. 마지막으로 돼지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숙주와 기생충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Toxoplasma gondii가 성공적으로 감염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기생충 연구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19].
돼지 장 오가노이드는 장 영양에 대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을 통해 이유자돈의 이유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보충하는 물질인 비타민 A가 장 줄기세포를 조절해 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줬으며, L-글루타메이트를 처리했을 때 줄기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켜 장 상피의 재생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23,24]. 그리고 필수 미네랄 중 하나인 아연이 돼지 장에 미치는 영향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25].
또한, 실제 조직과 비슷하다는 오가노이드의 특징을 이용해 약물 실험에 사용할 수 있다. 사람에게 직접 임상실험을 하는 것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이미 인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많은 약물 실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간 오가노이드 사용에는 여전히 여러 단점이 남아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과 생리학적, 해부학적으로 유사한 돼지의 오가노이드를 약물 연구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직 이 기술은 초기 단계이지만, 실제로 돼지 결장 오가노이드가 인간 결장과 비슷한 약물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앞으로 돼지 오가노이드가 약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방증이다[21].
닭 장 오가노이드
포유류 종의 경우, 장 상피에서 유래한 여러 불멸화 세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여러 생체 외 연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닭의 경우 최근까지 장 상피 세포주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현재 개발된 세포주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26]. 일차 세포 배양법의 경우 성공적으로 확립되었으며 최근 연구에선 19일 된 닭 배아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여 12일까지 유지되며 transepithelial electrical resistance(TEER) 측정이 가능한 배양법이 개발되었다[27]. 그러나 이것 역시 세포주에 비해 짧은 배양시간으로 인해 장기 실험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닭 배아의 소장 선와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가 Pierzchalska et al.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이후 오가노이드 배양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28]. 예를 들어 개발 이후 성체 닭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의 배양이 성공하였으며, 이후 R-spondin, Noggin, epidermal growth factor(EGF)와 프로스타글란딘 E2를 함께 사용하는 프로토콜이 확립되었다[29]. 다른 방식의 배양법도 연구되었다. 한 연구에서는 배양에 사용되는 Matrigel의 사용량을 줄이고 현적배양을 통해 오가노이드 배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다양한 성장인자가 없는 기본 배양 배지에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30,31]. 또한 기존의 3D 형태의 오가노이드가 아닌 2D 오가노이드 모델이 개발되었으며, 이 모델에서는 TEER 측정이 가능하다[32]. 최근 연구에서는 발프로산과 CHIR99021을 동시에 처리했을 때 장 오가노이드의 표면적이 커지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닭의 R-spodin과 Wnt를 사용해 배양했을 때 오가노이드의 배양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33,34].
현재 닭의 장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으며, 이것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먼저, 가금 산업에서 계란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인 Lactobacillus salivarius와 L. agilis의 섭취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파네스 세포와 장 상피 줄기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것을 오가노이드를 통해 밝혔다[35,36]. 또한 L-말산과 KLF5가 장 상피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장 상피의 재생을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37,38]. 더불어, 박테리아인 살모넬라균과 곰팡이 독소인 데옥시니발레놀이 장에 끼치는 영향이 장 오가노이드에서 유사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닭의 장 오가노이드가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의 연구에 적합한 모델임을 입증했다[39,40].
닭 장 오가노이드의 구축이 최근 확립되었으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연구는 아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 및 기술 발전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으며, 전망이 매우 밝다. 닭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는 장 상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통해 닭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 장 오가노이드
소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가축 종으로, 소의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 상피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불멸화 세포주와 일차 세포 배양법이 구축되었다[41–43]. 이들은 숙주-병원체 상호작용, 장 영양분의 흡수 및 조절, 면역반응 등 다양한 장 상피에 대한 연구에 활용되었다[44,45]. 그러나 이러한 배양법은 장 상피의 세포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실제 조직의 환경을 완전히 모방하지 못했고, 이를 대체할 모델이 필요했으며, 이에 따라 소 회장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가 개발되었다[46]. 이후 소의 결장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 또한 개발되었으며, 어린 소에게서 유래한 오가노이드 또한 개발되었다[47,48]. 냉동보존된 상태인 조직에서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시스템도 성공적으로 개발되었다[49]. 그뿐만 아니라, 소 장 오가노이드의 apical-out 모델과 2D배양 모델까지 구축되는 등 소 장 오가노이드 구축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47,50].
소의 장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활용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며, 특히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장 오가노이드가 소의 대표적인 바이러스 병원체인 소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데 적합한 모델이라는 것을 밝혔다[51].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세균 및 기생충의 장 감염을 연구하기 위한 생체 외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19,52]. 또한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장출혈성 대장균이 생성하는 시가 독소가 장 상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으며, 소 로타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위한 수용체를 알아냈다[53,54]. 최근 연구에서는 장 오가노이드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NFα, IFNγ, IL-18이 각각 소의 장 장벽에 끼치는 영향을 밝혔다[55].
현재까지 소의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소의 장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 환경과 유사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따라서 장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의 전망은 매우 밝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소의 건강 및 생산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외 가축 동물들의 장 오가노이드 개발 및 활용
현재 많은 연구를 통해 장 상피의 생체 외 연구를 위한 모델로서 장 오가노이드의 유용성이 입증되었다. 이에 따라 돼지, 닭, 소 외에 다양한 가축 동물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먼저 말의 경우, 공장 및 회장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 모델이 개발되었다[12,56]. 또한 토끼의 소장과 맹장 오가노이드 모델이 개발되었다[57,58]. 이때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Rabbit calicivirus Australia-1을 감염시켰으나 바이러스 복제가 일어나지 않았고, 때문에 토끼 장 오가노이드 모델 구축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양 역시 장 오가노이드 모델 개발에 성공했으며,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을 연구하기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59].
결 론
이 논문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이루어진 가축들의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에 대해 논의했다. 가축에서 개발된 장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 조직과 유사하게 상피세포의 분포, 기능 및 특성을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특징을 활용하여 숙주-병원체 상호작용, 영양분 흡수,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가축 중에서도 돼지, 닭, 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비록 아직 다른 가축들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며, 실제 장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서는 오가노이드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가축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장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가축 산업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